넷피아 이판정 대표, ‘인터넷 난중일기’ 개정판 출간
넷피아 이판정 대표, ‘인터넷 난중일기’ 개정판 출간
  • 최용현 기자
  • 승인 2017.04.21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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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피아 이판정 대표가 인터넷 난중일기 개정판을 출간했다.
(사진출처 : 원목 )

넷피아 이판정 대표가 ‘인터넷 난중일기’ 개정판을 출간했다.

인터넷이 인류 앞에 그 모습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하던 시기는 1990년대 중반이었다. 당시 세계 각국은 인터넷 도메인 루트를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에 돌입했다.

경쟁의 선두에 섰던 미국은 정부까지 나서 총력 지원을 펼친 결과 인터넷 영문 도메인 루트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오늘날 우리가 익숙하게 사용하고 있는 www.president.go.kr 형식의 영문 도메인 루트가 인터넷 루트의 표준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의 세계는 영어라는 하나의 언어로 통일하기에는 넓고 광대했다. 영어 이외의 다른 언어로도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는 여지는 아직도 많이 남았다. 문제는 다국어로 인터넷 루트에 다가갈 수 있는 표준을 누가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관건이었다.

이즈음 한국의 한 벤처 기업가의 머릿 속에 ‘한글로 인터넷 루트에 접속할 수 없을까’라는 세기적인 질문이 떠올랐다. 이 순간이 바로 세계 인터넷 역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한글 인터넷 주소’의 탄생이었다.

그 장본인이 바로 ㈜넷피아의 설립자인 이판정 대표였다. 그는 당시 영문 도메인 루트에 대응하는 또 다른 인터넷 루트 체계로 ‘한글 인터넷 주소’ 체계를 창안해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어 전세계 95개의 언어를 대상으로 ‘자국어 인터넷 주소’ 체계로 발전시켜 나갔다.

이는 인터넷 주소창에 www.president.go.kr 대신 한글로 ‘청와대’라고 치면 바로 청와대 홈페이지로 연결되는 매우 편리한 방식이었다.

넷피아의 한글 인터넷 주소 서비스는 영어권 이외의 국가로부터 폭발적인 호응을 이끌어 냈으며 넷피아는 당시 95개국에 ‘자국어 인터넷 주소’ 체계와 기술을 수출하는 성과를 올렸다.

YMCA 총무를 역임했던 고 전택부 선생은 “한글 인터넷 주소는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든 이후의 가장 큰 한글 사업”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견제와 공격이 시작됐다. 한 뼘도 안 되는 인터넷 주소창의 표준을 빼앗기 위해 브라우저 보급사인 다국적 기업과 국내 통신사, 대형 포털 등이 뛰어들었다. 그들은 인터넷 이용자가 주소창에 한글 키워드를 치면 자사의 검색 페이지로 해당 키워드를 빼돌리는 방법을 이용했다.

인터넷 주소창은 무법천지였다. 가로채기가 횡행해도 그것을 막을 법적 근거가 없었다. 대한민국의 이름 없는 한 벤처기업이 개발한 자국어 인터넷 주소 체계는 이렇게 시련에 부딪쳤다. 자국어 인터넷 주소 체계를 손에 넣기 위한 다국적기업의 M&A 공세도 집요했다.

‘드림소사이어티’의 저자인 덴마크의 미래학자 롤프 옌센은 이런 상황에 대해 “인터넷 독점은 현실”이라며, “그들은 돈으로 당신을 매수할 수 없다면 당신을 죽일 것”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이러한 피해는 고스란히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 돌아갔다. 주소창에 자사의 브랜드명을 치면 자사 홈페이지로 바로 가지 않고 포털의 검색 페이지로 연결됐다. 단골 이삿짐 센터로 전화를 했는데 전화 교환원이 엉뚱한 업체로 연결해 주는 꼴이 된 것이다. 중소기업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포털 검색 페이지에 비싼 키워드 광고를 해야 했고 수익성은 날로 떨어져 갔다. 중소기업은 골병이 들어가고, 국가 경제는 침체해 갔다.

넷피아 이판정 대표는 “자국어 인터넷 주소 체계를 지켜내기 위해 지난 20년간 인터넷 독점 세력과 혈혈단신으로 맞섰지만 다윗과 골리앗 싸움의 형국이었다”며, “그 과정에서 검찰의 수사를 받기도 하고 건강을 잃고 신장이식 수술까지 받는 등 목숨을 잃을 뻔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번에 출간된 ‘인터넷 난중일기’는 자국어 인터넷 주소 체계를 전 세계 95개국에 보급하는 과정에서 겪은 한 벤처기업인의 도전과 좌절, 재기의 스토리를 담았다. 인터넷 초창기에 전 세계 인터넷 루트 표준을 둘러싸고 펼쳐진 ‘인터넷 표준 전쟁사’의 한 장이기도 하다.

저자인 이판정 대표는 치열했던 이 전쟁의 기록을 임진왜란 당시의 이순신 장군을 떠올리며 ‘인터넷 난중일기’로 명명했다. 인터넷 TCP/IP 표준을 개발해 ‘인터넷의 아버지’로 불리는 루이 푸장(Louis Pouzin)은 “이 책은 믿기 어려운 인터넷의 대서사시(a marvelous odyssey of Internet)”라며 “인터넷에서 자신의 모국어를 사용하기 위해 비전을 지니고 싸우고 있는 기업인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오명전 과학기술부총리는 “10년 후 전 세계가 사용하게 될 자국어 도메인 네임 종주국의 꿈이 담긴 책”이라고 그 의미를 부여했다.

이외에도 ‘인터넷 난중일기’에는 터키, 인도네시아, 몽고, 칠레, 멕시코, 말레이시아, 레바논, 방글라데시, 체코, 그리스, 이집트 등 세계 95개국을 대상으로 한 자국어 인터넷 주소 보급 사례들이 흥미진진하게 소개되어 있다. 또 UN 산하 인터넷 관련 기구와 각종 국제회의에 참석해 국제사회가 자국어 인터넷 주소 체계를 채택하도록 설득하는 벤처기업 차원의 ‘민간 외교’ 활동 내역도 풍부하게 담고 있다.

특히, ‘인터넷 난중일기’에는 저자가 3월 ICANN 국제회의가 열린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드림소사이어티’의 저자인 저명한 미래학자 롤프 옌센을 만나 ‘인터넷의 왜곡된 구조가 기업, 특히 수많은 중소기업들을 위기로 몰아 넣고 있다’ 요지로 나눈 대화의 내용이 수록되어 있기도 하다.

‘인터넷 난중일기’의 저자인 이판정 대표는 이번 책 출간과 관련해 “지난 20년간 인터넷 독점 구조에 맞서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지키고, 또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해 외롭고 힘겨운 싸움을 해 왔다”며 “이러한 노력이 중소기업을 살리고 지금의 경제위기의 실마리를 풀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큰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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